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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어두운 역사와 히노마루 부채

2026년 5월 21일

어두운 역사의 가치

 

그림자는 실체가 있음을 보여 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제가 대학원을 다닐 때 당나라 시대 경교의 한반도 유입설을 배웠는데요. 가능성은 높지만 들어왔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그때 지도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새로운 종교가 한반도에 들어왔다면 반드시 갈등이 생겼을 텐데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림자마저 없다면 실체도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어두운 역사는 우리가 이 땅에 살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어두운 역사에는 또 다른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밝은 역사를 통해 내가 속한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소속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역사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도 반드시 가르쳐야 합니다. 과거의 잘못들을 잊지 않아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두운 역사를 통해 지혜와 양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밝은 역사와 어두운 역사 중 어느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할까요? 저는 압도적으로 어두운 역사의 편을 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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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마루 부채

 

오늘 보여 드리는 히노마루 부채는 태평양 전쟁 당시 전선에 나가 있는 군인들을 위해 후방에서 만들어서 보낸 물건입니다. 더위를 식히는 용도였습니다. 이 부채는 국방부인회에서 제작해 헌납한 것이며, 앞면에는 일장기가 뒷면에는 ‘국방 부인의 노래’와 ‘총후의 꽃’이라는 두 곡의 노랫말이 적혀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소개했던 홍이표 선교사님이 일본에서 구해 와서 기증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히노마루 부채는 한국 교회가 전쟁 지원품으로 열심히 헌납한 물품 중 하나입니다.


1942년 7월 2일 자 「기독교신문」을 보면 원산에서 기독교연합회가 주최한 예배 중 히노마루 부채 헌금이 있었다고 하며, 4월 28일 자 「매일신보」에는 양주삼 목사가 매일신보사에 들러 부채 1천 개의 대금을 기탁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5월 22일자 「매일신보」에는 “적성의 히노마루 부채 신의주서 만본 헌납: 야소교도들 애국의 열정”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뒷부분을 같이 살펴볼까요?


[귀사에서 히노마루 부채를 헌납한다는 사고(기사)를 보고 의산노회 교직자 혁신회에서는 전교도의 헌납을 꾀하였습니다. 세간에서는 기독교도들은 찬송가나 부르고 기도나 하는 줄 알지만 우리들은 신앙보국이라는 큰 깃발 밑에서 국책에 순응하려 합니다. 귀사의 이 헌납 운동은 실로 더운 지대에 출정한 육해군 장병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을 알고 그나마 1만 본을 헌납한 것입니다. 이 헌납하는 부채에는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붉은 신앙이 있은 것을 특별히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신앙보국”, “붉은 신앙”이라는 말이 결코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리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이 굳이 이 히노마루 부채를 전시해 둔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우리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우리가 언제나 전쟁의 가장 반대편에 서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좋은나무>에 게시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전재 글 바로가기 ☞ 한국 교회의 어두운 역사와 히노마루 부채(손승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